꿈왕국_사이가 여우비
* BGM 재생을 권장합니다. --- 파드득. 처마에서 떨어진 굵은 물방울을 맞고 뾰족한 귀가 흔들렸다. 햇살을 다 가리지 못한 구름이 반짝이는 빗줄기를 온 초목에 흩뿌리고 있었다. 툇마루에 앉아 바깥을 응시하는 그의 은빛 머리칼은 평소보다 조금 차분한 음영으로 가라앉은 듯 했다.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푸름 속에서 무심코 귀를 털어버린 그가 멋쩍게 중얼거렸다. "도무지 예상치를 못한 비로구나. 이번엔 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우리 아씨는 알까." ―그럼요. 나는 빗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을만큼 작게 대답하고 정원으로 열린 장지문에 머리를 살짝 기댄다. 언제나 올려다보던 그의 앉은 뒷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은 조금 낯선 기분이다. 그는 짙은 옥빛의 술잔을 한 번 기울이고는 곧 하늘을 올려다보며 ..
201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