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 BGM 재생을 권장합니다. --- 문제의 인식은 바깥으로부터 찾아왔다.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토요일 오후. 별다를 것도 없는 하굣길을 낯선 그림자가 막아섰다. 옆으로 비켜 가려던 발걸음은 거듭 가로막혔다. 겁먹은 나를 붙들고 이름을 부른 것은 나의 아버지였다. 아빠도 못 알아보냐, 요 녀석아. 땅만 보고 걸어다니니 그렇지, 그것 참. 이런 이야기 한두 마디가 저녁상에 더 얹혔을 뿐, 그날은 금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평범한 날이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그날은 평범했을 것이다. 사실 그날 이후로 나 자신이 변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날 처음 나의 문제를 알았다. 전에는 어긋난 줄도 몰랐던 것이 나날이 위화감을 겹쳐갔다. 종종 찾아가 놀았던 옆집 아저씨를 길에서 그냥 지나쳤다...
2018.06.02